불법의 이치

* 둘이 아닌 이치 *

 

부처님께서는 누구나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내가 감히 어떻게 부처를 이룰 수 있겠느냐’ 며 엄두도 내지 않으려 합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할뿐더러 자칫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기도 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된다’고 하셨는데 스스로 생각으로 ‘안 된다’고 하다니요.

그건 중생심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중생심의 굴레에 갇혔음을 알아차리고,

벗으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야 하는데 오히려 덧씌우다니요.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떠받듦을 바라고 오신 것이 아니라,

중생들에게 ‘부처 될 수 있다’는 확신과 길을 일러 주시러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의 뜻은 이러하신데,

부처님 법 공부하기도 전에 지레 “나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온 일대사 인연을 송두리째 불태우는 것과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 바탕 꿈인 자신의 소중한 삶을 주인공적으로 살아 보기는커녕 아득한 나락으로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권세 좋고, 재력 뛰어나고, 학문이 높고 유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설사 어눌해 보여도 불법의 도리를 알고, 자리이타의 뜻을 이해한 분은 ‘청정한 삶을 살고 있다’라고

아니 할 수 없고 진정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권세나 부, 명예, 학식 따위의 상(相)이 있는 유위법(有爲法)으로써 종국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불법의 도리는 무위법(無爲法)을 증득해야 하는 것이므로 세속의 잣대로는 비유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불법(佛法)은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불법(佛法)에 단계가 없고, 일정하게 정해진 문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세상의 학문에 유능하든 무능하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는 것이 바로 불법(佛法)입니다.

빈부의 귀천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십 년, 이십 년, 이 공부를 했지만 도무지 맛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첫 단추를 잘못 낀 때문일 것입니다.

출발이 잘못되었으니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멀리 더 어긋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밖을 보지 말고 안을 보라는 것이고 남의 화두를 들지 말고 자신의 화두를 삼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렵지 않고 설사 잘못 끼워졌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불교를 배운다는 것은 먼저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고, 나를 밝히는 것이 나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해 온 그 ‘나’가 아닌 ‘참 나’을 밝히는 것이며,

지금까지 ‘나’라고 믿어온 그 ‘나’을 잊을 때, 있는 그대로의 존재인 ‘참 나’는 드러나게 됩니다.

 

누구든지 불법(佛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불법(佛法)의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세간의 지식처럼 누구는 이해되지만, 누구는 이해되지 않는다면 진리일 수가 없습니다.

마치 태양의 광명이 누구에게나 고루 비추이듯, 또 공기가 누구에게나 호흡을 허락하듯

진리는 어떤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든 가리지 않고 진리는 자신을 드러냅니다.

 

부처님께서는”일체 생명에는 불성이 깃들어 있으니 일체가 다 부처”라고 선언하셨습니다.

(一切衆生 悉唯佛性)

우리에게도 위덕을 구족하신 부처님과 동등한 불성이 있다는 사실은 세상에서 듣는

그 어떤 소식보다도 기쁜 소식이요 놀랍고 신비로운 소식입니다.

나의 불성이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성이나 역대 조사님의 불성이나 불성은 똑같습니다.

사람에게는 남 · 녀의 차이가 있고, 학식의 차이가 있고, 출신의 차이가 있고,

모습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불성에는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불(佛)이고, 불성(佛性)이므로 나의 근본 생명, 영원한 생명,

이 우주 전체를 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근본처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 근본처와 둘이 아니라는 것을 모릅니다.

누구나 자기 성품이 불성이 라는 것을, 깨달으면 부처이고, 깨닫지 못하면 중생인 것입니다.

 

불성이란 우주를 감싸고 있는 대 원리입니다.

이 우주 삼라만상에 불성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불성은 무시이래로 있어 왔고, 지금도 있으며,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

불성은 진리요, 영원이요, 모든 것입니다.

불성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일체의 근본입니다.

불성은 오직 하나라는 의미에서 한마음입니다.

너무나 커서 한마음이요 전채라서 한마음입니다.

일체 만물이 그로부터 비롯되니 한마음입니다.

 

우주 전체가 생명의 근본 마음, 인간의 근본 마음에 직결되어 있고,

세상살이 돌아가는 이 자체가 나의 근본에 가설되어 있습니다.

우주 삼천 대천세계가 그냥 하나로 통해 있다는 말입니다.

벽도 없고 보장도 없으니 일체 제불의 마음이

곧 내 한마음이고 일체 제불의 법이

곧 내 한마음의 법이며 생활인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모여도 본존은 하나입니다.

그것은 체(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보기에는 세상 만물이 각각의 모양이 있어서

두두 물물이 따로따로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본존불이 있고 그 자기 본존불을 마음이라 한다면

각자가 다 마음의 주인이 있는 것으로 알기 쉽겠지만 근본은 둘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다 한마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