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경허스님 참선곡 4

혜주 慧柱 2009. 8. 7. 17:51

◈마음공부야 말로 진정으로 세세생생 이어지는 것◈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하고

천진면목 나의부처 보고듣고 앉고눕고

잠도자고 일도하고 눈 한 번 깜짝할새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 다 한 신통묘용

분 명 한 나의마음 어 떻 게 생겼는가?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하고,

우리는 몸뚱이로 모든 것을 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자동차와 같습니다. 자동차는 운전사가 끄는 데로 끌려 다니는 것처럼, 몸뚱이도 마음이 끄는 데로 끌려 다닐 뿐, 주인공은 아닌 것이죠. 눈 구경하고 싶으면 눈 보러 가고, 도시에서만 지내니 답답하여 넓은 바다가 보고 싶다 하여 마음을 홀연히 일으켜 어느 날 마음을 따라 바다 구경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뚱이라는 것은 사실은 마음 수준에 맞추어서 우리가 체험 학습의 도구로써 우리가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몸뚱이를 함부로 대하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 몸뚱이는 체험 학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너무도 중요한 학습 도구라 잘 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몸이나 마음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관리자이므로 관리에 대한 책임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이 없어지더라도 모두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인이 넷인 남자의 유명한 비유 담이 있죠. 어떤 사나이가 부인이 넷이 있었어요.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부인과 그렇지 못한 부인이 있긴 마련인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이상해서 진단을 받아보니,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사랑하는 부인을 넷이나 두고 나만 혼자서 가려 하니 너무 아쉬운 겁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데려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장 사랑했던 부인에게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내가 여차저차 해서 떠나게 되었다 같이 가자” 이때 첫째 부인이 하는 소리, “무슨 말씀입니까. 살아생전은 같이 지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죽음까지는 따라 못가겠습니다.” 하는 거예요. 아 하~~ 이럴 수 있나. 그래서 두 번째로 사랑하던 부인에게 “너라도 같이 갈래?”, “제일 애지중지하던 부인도 안 가는데 제가 왜 갑니까.” 세 번째 부인에게 얘기를 했더니 “저는 장지까지는 따라가 드리죠!” 이러는 거예요. 마지막 네 번째 부인, 평상시에는 있는지 없는지 돌아보지도 않던 부인에게 얘기를 했더니 이게 웬 겁니까. “당연히 따라가 드려야죠. 저는 금생은 물론이고 세세생생 항상 따라 가겠습니다.” 그때서야 사나이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이럴 줄 진작 알았으면 너한테 관심과 애정을 베풀었어야 하는 건데, 지금은 너무 늦었구나! 이는 부처님께서 경전에서 우리에게 비유로 전 하신 겁니다.

첫째 애지중지하던 부인은 다름 아닌 몸뚱이입니다. 몸뚱이, 몸뚱이에 대한 애착. 자식 사랑 역시 몸뚱이에 대한 애착의 연장일 뿐입니다. 내 몸뚱이에서 나왔으니까, 내 새끼니까, 사랑하는 거죠. 저걸 사랑하는 게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래서 몸뚱이나 자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헌신하면서 살지만 죽을 땐 몸뚱이 가져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죽을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 나를 그렇게 사랑하셨는데 저를 관 속에 같이 넣어 주십시오. 저를 같이 화장시켜 주십시오.” 하는 자식 아무도 없습니다. 살아서 부모자식 지간이고, 살아서 몸뚱이지, 아무리 잘 간수해도 결국은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 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애지중지하던 부인은 재물인 것입니다. 조금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재물을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죽을 때 역시 재물을 가져갈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일가친척, 친지, 친구들입니다. 장지까지는 따라 오죠. 와서 문상은 해주나 역시 관속으로 같이 들어오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번 화장터 다녔지만 따라 들어가는 사람은 못 봤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죽고 못 살아서 “너 아니면 못 산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그랬던 사람들도 아직 아무도 안 따라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상시에는 있는지 없는지 존재의 유무조차 불분명하던 그것이 바로 나의 마음, 나의 업장이라고 하는 것이죠. 닦으면 닦는 만큼, 못 닦으면 못 닦은 만큼 그대로 내생으로 가져가고, 또 금생에서 닦은 만큼 그대로 내생에는 거기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공부는 안 하려야 안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마음이야 말로, 마음공부야 말로, 진정으로 세세생생 이어지는 것이다,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