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문인참문어록과 부처님말씀등

제방문인참문어록(諸方門人參問語錄) 19

혜주 慧柱 2011. 6. 26. 11:57

 

19,

 

원(源)율사가 물었다.

“선사께선 항상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곧 부처라 하시나 옳지 않습니다.

일지(一地)보살만 되어도 백 세계에 몸을 나타내고,

이지(二地)에서는 십배로 늘어나는데, 선사께서는 신통을 나투어 보여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범부인가, 성인인가?”

 

“범부입니다.”

 

“범상한 스님이면서 이런 경계를 능히 묻는군.

경에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마음의 높고 낮음은 부처님의 지혜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신 것이

바로 이런 경지이다.”

 

또 물었다.

“선사께선 항상 말씀하시기를,

‘도를 깨달으면 현재의 이 몸으로 곧 해탈을 얻는다.’

하시나, 옳지 않습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착한 일을 했더라도

갑자기 남의 물건을 훔쳐서 손에 넣으면 도적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여깁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분명하게 성품을 본다면 어찌 해탈을 얻지 못하랴.”

 

“당장에는 반드시 안 될 것이니, 모름지기 세 아승지겁을 지내야 됩니다.”

 

“아승지겁이란 것이 수효가 있는 것인가?”

 

원율사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도적을 가지고 해탈에다 비견하니, 도리를 통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 스스로가 도를 모르면서 남이 아는 것을 막지 말고,

스스로의 눈이 트이지 못했으면서 남들이 물건 보는 것에 화내지 말라.”

 

원율사가 얼굴을 붉히고 떠나면서 말했다.

“늙기만 했을 뿐, 도는 전혀 없구나.”

 

대사가 대꾸했다.

“바로 떠나는 것이 그대의 도(道 :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