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혈맥론

2.10, 행복이 언젠가 소멸될 것을 알아

혜주 慧柱 2013. 11. 2. 11:09

행복이 언젠가 소멸될 것을 알아

더 많은 복을 지어라.

 

새로 짠 우유가 상하지 않듯

재에 덮인 불씨가 그대로 있듯

지어진 업은 당장에는 안 보이나

그늘에 있어도 언제나 그를 따른다.

 

惡 不 卽 時(악불즉시)

如 穀 牛 乳(여곡우유)

罪 在 陰 伺(죄재음사)

如 灰 覆 火(여회복화)

 

물 속에는 /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 내 안에서 나를 흔든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 곁에 있어도

나는 / 그대가 그립다.

ㅡ 류시화

 

업보를 생각하다가 엉뚱하게도 류시화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준엄한 업보에서 나긋나긋, 말랑말랑한 연애시를 연상하다니? 사실 사랑도 업보가 따르는 고통이지요.

 

인생사에서 아무리 작은 악업을 짓더라고 그 업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불태웁니다. 작은 악업의 결과가 미미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당장에는 비켜갔으리라고 안심할지 모르지만 방울 물이 모여 항아리를 채우듯 그러한 작은 악이 모여 언젠가는 큰 재앙으로 옵니다.

 

지금 몸이 건강하다고, 지금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지금 집안이 화목하다고, 지금 나의 행복이 충분하다고, 현재에 안주하여 작은 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훗날 내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막상 역경과 고난에 처했을 때, 그때 대비하려면 이미 늦습니다. 행복할 때, 만족스러울 때 더욱 조심하여 이 행복이 언젠가 소멸될 것을 알아 더 많은 복을 지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