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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길 6,

혜주 慧柱 2006. 6. 25. 17:17

* 놓고 가는 삶 *

 

우리들의 살림살이는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도도하게 흘러가니 담아 둘 것이 없습니다. 그대로 여여할 뿐이지요. 먹으면 배설하고 일이 닥쳐서 겪었다면 그로써 흘러가 버려 아무 것도 없게 됩니다.

발자국 떼어놓고 걸으면서 내가 얼마를 걸어왔노라고 하지 않듯이 그렇게 흐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처럼 놓고 온 발걸음을 못내 아쉬워하고 집착한다면 그대로 마음의 짐이 되고 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 억겁의 집착이 낳은 업을 몽땅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잘 걸을 줄 알고 걸음을 떼어놓았겠습니까? 넘어질지 안 넘어질지 그런 생각 없이 떼어놓습니다.

믿음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넘어지든 안 넘어지든 그냥 걷기만 작정한 그 마음 그것뿐 입니다. 그와 같이 믿고 나의 근본, 주인공에 일체를 몰락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주 절 걷게 되고 나중엔 뛰어다닐 수 있게 됩니다.

근본불성에 모든 걸 다 맡겨 놓고 걸음을 떼어 보십시오. 첫 걸음마에 나선 아이와 같이 말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다는 것입니까?

 

일체의 모든 것, 즉 이 우주 천지의 모든 것이 나온 근본은 바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직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 모든 것에 직결되어 있는 마음의 주인공을 믿고 거기에 모든 것을 되어 맡겨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진실을 맡겨 놓을 때 모든 것이 인과응보로 나온 것이니 나온 거기서 알아서 하게 되는 이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도 인과응보이니 엎어졌으면 일어날 능력도 자기에게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지어 놓은 것이니까 자기가 풀어야 하고, 또 풀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되놓으라 하는 것이니, 병을 예로 들면 주인공에서 나온 것이니 주인공이 고쳐라, 주인공 당신 만이 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을 말합니다.

 

놓는다는 것은 번뇌뿐 아니라 생각으로 짓는 모든 관념까지도 타파하라.’는 뜻입니다. 너니 나니, 높으니 낮으니 하는 관념이 얼마나 많습니까? 모두 자기가 지어 놓은 것들인데 그런 관념을 들고 있어서는 도무지 주인공과 계합할 수가 없습니다.

 

기독교에서 무거운 잠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게로 와서 짐을 벗어 놓고 편히 쉬라.’하듯이 주인공에게 몽땅 놓아 버리면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받는 그 창살 없는 감옥에서 절로 풀려납니다.

 

언짢은 일, 괴로운 일이 닥쳤다, 혹은 닥쳐올 것이 다 했을 때 옷깃을 여미고 마음의 근본을 찾아 안으로 굴려 놓는 게 중요합니다. 어떠한 괴로움이 있더라도 기복으로 나가거나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안으로 놓고 나아가노라면 생수가 터져 바다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지금 처한 당장의 경계부터 푹 쉬어 보십시오.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집착입니다. 선과 악, 좋은 것과 싫은 것에서 벗어나 푹 쉬어 보세요. 지난날의 모든 업도 지금 이 순간의 내 속에 실려 있으니 지금 한 생각 크게 놓는다면 그 모든 것을 다 비우는 셈이 됩니다. 그러다가 놓는다, 맡긴다 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것까지도 포함해서 놓아 버리면 당신의 잠재 컴퓨터는 점점 잠아 거벼워져 결국은 텅 빈 듯 홀가분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놓아라.’하니까 놓고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그러나 놓았기 때문에 참으로 살 수가 있는 법입니다. 중생의 마음 씀씀이는 일일이 생각을 지어서 일을 해야만 이치에 맞는 줄로 여기지만 도인의 마음 씀은 일일이 생각 내지 않고 푹 쉬어 있으면서도 조금의 빈틈도 없이 법에 맞게 됩니다. 놓았기 때문에 생각을 지어서 하는 어떤 행보다도 더 원만하고 자연스럽고 깊고 아름답고 진실하고 이익 된 행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한치의 착오도 없는 진리입니다.

 

다 놓고 돌릴 때 그 공덕은 무한량입니다. 첫째로 일체의 오무간 지옥이 무너지고 둘째로 인연 따라 억겁 전생부터 내려온 모든 습이 녹고 셋째로 번뇌 망상으로 꽉 찼던 그릇이 비게 되면서 마침내 빈 것도 없고 담긴 것도 없는 그러한 위치가 되어 바로 참나 발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