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경허스님 참선곡 14

혜주 慧柱 2009. 8. 11. 22:19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업생이 아닌 원생을 살아야 한다.)◈

 

참선잘한   저도인은   서서죽고   앉아죽고   앓도않고

선세하며   오래살고   곧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신통묘용   임의쾌락   소요하니   아무쪼록

이세상에   눈 코 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내일   가는것이   죽을날에   당도하니   푸줏간에

가는소가   자욱자욱   사지로세

 

참선 잘한 저도인은 오래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수행을 잘 하신 분은 죽고 살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바로 생사일대사를 해결하면 생사에서 해탈을 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죠.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언제 태어날지 모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삶을 업으로 태어난다, 즉 업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게 되면 원생으로 살게 됩니다. 원력을 세운대로 삶을 살게 되면 어디로 태어날지, 언제 태어날지, 다음엔 언제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된다고 하는 것이에요.

실제로 부산의 한 불자님은 본인이 죽기 전에 통도사 큰절에서 “내가 죽은 후에 다비장에서 다비를 좀 할 수 없겠습니까?” 이렇게 부탁을 했어요. 그래서 종무회를 긴급히 소집해서 허락을 받았죠. 그러고 나서 이 사람은 자기 가족들을 모이게 하고는 언제, 어떻게 예를 들자면 사흘 후에 갈 테니 다비장에서 다비를 하고, 거기에 또 보시하기로 한 약속을 다 지키고 앉은 채로 그대로 가셨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 이렇게 열심히 수행을 하면 자기의 죽고살기 이런 것에 대해서 초연해 질수 있다고 하는 것이죠. 또 어떤 큰 스님은 돌아가실 때 서원을 세우고 돌아가셨어요. “내가 다음 생에는 저기 저 아메리카 미국에 태어나서 미국 땅에 불법을 전파하리라.” 이렇게 돌아가신 분은 실제로 앞으로 그 땅에 태어나서 거기서 전파를 하는 겁니다. 달라이 라마 존자 같은 분도 “다시 내가 태어나서 민중들에게 불법을 전파하리라.” 하는 원을 세워서 죽고살기를 자유자재로 한다.

본래 불교에서는 모든 업식이 떨어지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를 하죠. 그것은 아라한의 경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그러나 아라한의 경지를 초월하는 경지가 바로 보살의 경지라고 하는 겁니다. 수다원의 경지는 수다를 떨 일이 많기 때문에 일곱 번을 다시 죽었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고, 사다함은 한번만 저승에 살다가 오는 것이고 아나함은 가서는 안 오는 것이고, 아라한은 다 알아 맞혔기 때문에 숙제가 끝났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살은 자기숙제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남들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서 학습도우미로써 이 세상에 끊임없이 태어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업생이 아니고 원생이라고 하는 겁니다.

방거사 같은 이도, 딸 영조에게 “얘야! 해가 중천에 뜨거들랑 나한테 일러 주어라.”하였는데 영조가 밖에서 돌아와서는 오늘은 일식을 합니다. 해서 밖에 나가 살펴보고 들어와 보니 먼저 영조가 아까 말씀드린 부산의 불자님처럼 앉아서 몸을 벗은 것이에요. 좌탈한 것이지요. 방거사 딸 영조 같은 일반인들도 수행을 잘 하면 좌탈의 경지에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거사는 영조의 장례를 치른 후 태수 우적의 무릎을 베고 몸을 벗었지만, 그의 아들은 밭에서 일을 하다 이 소식 듣고 선채로 가버리니, 그래서 입망이라고 그래요. 좌탈 입망.

 

이 세상에 이 항하사 수 신통묘용

항하사모래와 같은 많은 수의 신통과 묘용도 인위적인 쾌락이 자유자재하다. 살고 죽기를 마음대로 하니깐 얼마나 신통한 것이고 얼마나 또 진정한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 왔을 때 우리가 눈코를 쥐어뜯고라도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는 거죠. 왜냐? 오늘 내일 가는 것이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 시한부 인생이다. 라고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다 시한부 인생입니다. 암환자만 시한부 인생이 아닙니다. 암환자는 6개월, 1년짜리 시한부고, 여러분들은 길어야 100년 이내의 시한부인생이다. 이런 생각을 염두 해두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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