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경허스님 참선곡 12

혜주 慧柱 2009. 8. 11. 22:17

◈우리가 해야 할일은 꿈에서 깨어나도록 노력해야 된다.◈

 

바깥으로   역순경계   몽중으로   관찰하여   해태심을

내지말고   허 령 한   나의마음   허 공 과   같은줄로

진 실 히   생각하여   팔풍오욕   일체경계   부 동 한

이마음을   태산같이   써나가세

 

우리가 살다보면 바깥으로 역순경계가 닥쳐옵니다. 역경계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고, 순경계는 좀 와 주었으면 하는 상황이며, 역경계는 나쁜 꿈이고, 순경계는 좋은 꿈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모두 꿈속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꿈에서 깨어나는 일이지 좋은 꿈을 꾸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꿈이라는 것은 좋은 꿈도 꾸게 되고 나쁜 꿈도 꾸게 되니 우리의 인생을 이렇게 비유하는 말로써 우물의 두레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삼계유여급정륜 (三界猶如汲井輪) 세계는 마치 우물물 긷는 두레박 같아서

백천만겁역미진 (百千萬劫歷微塵) 백천만겁동안 미진수처럼 많이 지나왔네.

차신불향금생도 (此身不向今生度) 이 몸뚱이를 금생에 제도하지 않는다면

갱대하생도차신 (更待何生度此身)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할 것인가?

이런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금생에 꿈에서 깨어나려고 노력해야 되지 순경계 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일생기고, 건강하고, 합격하고, 잘 살고 하는 그것은 오르락내리락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심지어 참선하는 분들은 ‘복은 삼생의 원수다.’ 이렇게 생각하라고 큰스님들은 가르칩니다. 복이 얼마나 좋은 거예요. 복 받고 싶어 하죠. 그런데 참선문 중에서는 그렇게 안 합니다.

‘복은 삼생의 원수다.’ 한생을 복을 짓느라고 공부 못하고, 누린다고 공부 못하고, 까먹는다고 공부 못 하고 그래서 지었다 누렸다 까먹었다 또 지었다 누렸다 까먹었다 이러면서 두레박처럼 윤회를 하는 것이에요.

너무 복 타령 하지 말고 좋은 꿈꾸려고 하는 것도 복 타령 하는 거죠. 그러지 말고 꿈에서 깨어나도록 노력해야 된다. 그것이 궁극적인 가르침이다. 역경계가 오든 순경계가 오든 다 꿈속의 일이려니 생각하고, ‘역경계는 나쁜 꿈이고, 순경계는 좋은 꿈이다.’ 하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씀이고, 그리고 우리는 좋은 꿈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깨어나는데 노력해야 된다.

 

 

◈바람 불어도 끄덕없는 마음 만드는 것 참선수행의 목표◈

 

역경계, 이런 것을 사실 말하자면 돌덩어리라 했죠. 그 돌에 걸려서 넘어지면 걸림돌이 되는 것이고, 그걸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역경계가 왔을 때 사람들은 공부할 수 있는 찬스가 되는 거예요. 역경계가 오든 순경계가 오든, 이때가 공부의 찬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체험학습을 위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체험학습의 장이요 몸뚱이는 체험학습의 기자재인 것입니다. 이렇게 학습하러 왔기 때문에 역경계가 오히려 학습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되는 거죠.

옛날에도 보면 주로 상인들이 불교를 먼저 믿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상인들은 다니다 보면 요새는 이런 일이 없지만 옛날에는 도적과 강도를 많이 만나고 또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적어지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문물을 배우고 접하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을 더 쉽고 빠르게 받아들일 마음이 열려 있었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역경계든 순경계든 자기 사업의 계기로 삼는 거죠. 사업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 될 때를 찬스로 하여 위기의 순간을 잘 넘기면 그 계기로 오히려 사업이 번창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경계에 닥쳐서 희로심을 내지 말고, 희로심 ‘희’는 기쁜 맘이고, ‘로’는 분노하는 마음이죠. 그러니깐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기뻐할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한탄하거나 원망을 할 필요가 없다. ‘인생지사 새홍지마’라는 유명한 그 속담이 있잖아요.

‘새홍지마’ 변방에 사는 늙은이가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사람들이 “참 안됐습니다. 외아들이 다리가 부러져 버렸으니까 병신이 됐네요.”하고 위로를 했어요. 그때도 무덤덤했는데 마침 전쟁이 발발해서 많은 청년들이 증발이 되어가 죽기도 하고 다쳤는데, 이 아들은 다리를 다친 덕분에 전쟁에 증발이 안 되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죠. 그렇듯 사람의 일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사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게 좋은 일이고 어떤 게 나쁜 일인지는 마음공부의 계기로 삼으면 좋은 일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일이 될 것입니다.

‘허령한 이 마음을’ 허령하다는 것은 비고 신령스럽다. 우리마음은 빈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신령스럽게 알아차리는 거죠.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오욕 일체경계 부동한 이 마음을 태산같이 써나가세’ 팔풍이라는 것은 여덟 가지 바람을 말합니다. 누가 나를 욕하거나, 나를 헐뜯거나, 나를 칭찬하거나, 나를 폄하하거나, 나에게 고통스럽거나, 나에게 즐겁거나 이것이 바로 팔풍입니다. 여덟 가지 바람. 그러니깐 누가 나를 칭찬한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나를 욕한다고 성질내지도 말라 이 소리죠.

‘오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기본욕심이죠. 그런 ‘재색식수명 (財色食壽名)’이라 이런 욕심에 너무 애착할 것이 아니라 넉넉하고 여유 있는 저 태산 같이 마음.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마음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참선수행 목표라고 하는 것입니다.

'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허스님 참선곡 14  (0) 2009.08.11
경허스님 참선곡 13  (0) 2009.08.11
경허스님 참선곡 11  (0) 2009.08.11
경허스님 참선곡 10  (0) 2009.08.07
경허스님 참선곡 9  (0) 200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