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경허스님 참선곡 11

혜주 慧柱 2009. 8. 11. 22:15

◈오계는 기본적으로 잘 지켜야 할 계율이다.◈

 

일체계행   지켜가면   천당인간   수복하고   대원력을

발하여서   항수불학   생각하고   동체대비   마음먹어

빈병걸인   괄시말고   오온색신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을하고

 

‘일체계행 지켜가면 천당인간 수복하고’ 불교에서는 믿기만 하면 하늘나라 간다. 천당에 간다. 이런 말을 안 합니다. 믿거나 안 믿거나 계행을 잘 지키면 천당에 간다는 말은 합니다. 그냥 막행막식하며 살면서도, 계행을 전혀 안 지켜도, 그저 믿기만 하면 천당 간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은 그 말에는 위안은 되겠지만, 그런 곳은 그런 사람들만 모인 천당이 되겠지요. 천당에도 종류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 천당이 있는가 하면 진짜 본인이 스스로 계행을 잘 지켜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그 다음엔 몸과 마음을 취하게 하는 것을 먹지 않고 이렇게 태어난 천당은 다르다고 하는 겁니다. 차원이 다르죠!

만약에 살인, 도둑질, 사음, 거짓말. 이런 걸 밥 먹듯 하던 사람이 죽기 직전에 한번, 믿는다하고 간 천당이 있다고 합시다. 그곳은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게 좋습니까? 계행을 잘 지킨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이 좋을까요? 생각해 볼 일입니다. 참선은 특히 ‘무애가풍’이라 하여 막행막식을 참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지만 그러나 여기 참선곡을 보면 ‘일체계행을 지켜가면 천당인간 수복하고’ ‘수명이 증장하고 복을 받는다.’ 이런 소리죠.

불교에서 말하는 오계 중에서도 앞에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한 계율입니다. ‘살생, 투도, 사음, 망어’ 이것은 네 가지가 성계라고 그래서 근본계율이라고 그럽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음주, 다섯 번째는 왜 금하느냐면 그 자체로써 죄가 된 다기 보다는 술을 마심으로써 앞에 네 가지 살생, 투도, 사음, 망어를 범하는 계기가 된다고 하는 거죠.

인도에 예화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남자분이 집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대낮부터 한참 마시고 취해 있었는데 옆집에 닭이 넘어 온 거예요. 그 집으로 평상시 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한참 술이 취한 상태니깐 그 닭이 안주거리로 보인 겁니다. 그래서 그 놈을 잡아서 안주로 먹어버렸어요. 그런 후 얼마 안 있다가 옆집아줌마가 닭을 찾으러 왔죠. “여기 혹시 우리 집 닭 안 넘어 왔습니까?” 하고 물으니 “온 적 없습니다.” 거짓말을 한 거죠. 다음에 취해서 보니 여인이 예뻐 보이는 거예요. 음욕이 발동해서 여인을 상대로 사음을 합니다. 이렇게 술을 마심으로써 남의 닭을 도둑질을 하게 되고, 안 훔쳤다고 거짓말하게 되고, 닭을 죽이는 살생을 하게 되고, 사음까지 하는 거죠. 이렇듯 음주로 하여금 살생, 투도, 망어, 사음을 범하는 어떤 그런 계기가 됩니다. 평상시에는 못 하던 사람이 술의 힘을 빌려서 용기가 나서 이렇게 되니 음주를 금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거사님들은 경우 분위기상 한잔해야 될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계율 오계를 주면서 큰 스님들은 술을 못 마시게 하면 계를 못 받겠다고 하니 그러면 마시되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 또는 취하더라도 행동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오계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계율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살생을 하였다면 원수가 생기는데 그러면 장애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부터 참선을 하겠으니 공부하는 사람 방해하지 말라고 한들, 나를 죽여 놓고 참선을 하겠다고 어디 한번 해 봐라 며 귀신이 되어가지고 쫓아올 것입니다. 다음은 투도. 남의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훔쳐오면 사람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거짓말, 사음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은 남들과의 어떤 악연을 짓는 일이기 때문에 악연을 지어 놓으면 갚아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악연을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참선곡에서는 이렇게 계행만 잘 지켜도 천당에 태어나거나 또는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도 수명장수하고 복덕이 무량하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력을 세워서 살아라! 대원력을 가져라!◈

 

‘대원력을 발하여서 향수불학 생각하고’

대 원력을 발하여서 항상 부처님 가르침 따를 것을 생각하라. 제가 젊은 분들에게 불교 강연을 하면 특히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불교에서는 욕심 없이 살라고 그러는데 경쟁사회에서 욕심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요. 맨 날 양보만하고 맨 날 욕심 안 부리고 살면 경쟁사회에서 도태된다고 주장합니다. 열심히 살아도 밀려나는 판에 욕심 없이 사는 것은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욕심 없이 살라보다는 원력을 세워라. 대원력을 가져라. 라는 주문을 합니다. 그러면 원력이라는 것은 나 하나 만을 위한 또는 내 가족만을 위한 욕심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욕심, 많은 사람들을 위한 욕심 이것을 바로 서원이라고 하는 겁니다. 서원을 세우면 힘이 생겨요. 무슨 힘인가 하면 열심히 살고자 하는 힘이 생겨요. 그것을 원력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원력을 세울 때 대승보살의 삶이 시작된다고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사홍서원 있잖아요. 일체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 머무는 바 없이 베풀겠습니다. 이런 것이 모두 원력으로 됩니다. 법륜을 굴리겠습니다하고 서원을 세우면 거기서 원력이 생긴다고 하는 거예요. 원력이 생겨서 서원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힘이 붙습니다. 왜냐? 부처님이 하실 일을 내가 거들어 드리겠다고 하니깐 부처님의 가피를 흠뻑 받게 되는 것이죠. 또 나의 인생에 목표가 뚜렷해지는 거죠. 법륜을 굴리는 것이 나의 인생의 목표다. 그러다보니 가피를 흠뻑 받고, 그러다보니 공부도 잘 되고, 그러다보니 가족도 잘 되고, 그러다보니 열심히 살되 애착하지 않는 그런 비결을 터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대 원력을 발한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되겠습니다.

 

 

◈우주가 다 한 몸뚱이고 모든 생명이 다 내 가족이다!◈

 

‘항수불학 생각하고, 동체대비 마음먹어 빈병걸인 괄시말고’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 쫓을 것을 생각하고, ‘동체대비’라고 하는 것은 불교의 대비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죠. 내가 누군가를 도울 때, 내가 너를 돕는다. 또는 나는 조금 더 가지고 있고 너는 나보다 못 가졌으니 이런 마음가짐은 동체대비 사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죠. 한 몸이라는 소리입니다. 동체는 내안에 나라고 하는 거예요. 누구나 모두가 다, 그래서 내가 너를 돕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돕는 거예요. 우주 모두가 다 한 몸뚱이이고 모든 생명이 모두 내 가족이라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돕는 것을 ‘동체대비’라고 하는 겁니다.

‘빈병걸인’ ‘빈’가난한 자, ‘병’병든 자, ‘걸인’걸식하는 이를 괄시하지 말라. 가난한 자, 병든 이, 걸인, 이들이야 말로 나의 복 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에게 복 지을 찬스를 주는 분들이다, 저 분들 덕분에 내가 복을 지을 찬스를 얻는다하고, 그런 가난한자, 병든 자, 걸인을 돕는 것이 결국은 궁극적으로 나를 돕는 것인 것을 터득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우리가 8가지 복 밭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는 병든 자를 간호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병든 이를 간호하는 것이야 말로 최상에 복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자기 식구 중에 또는 자기 부모님이 병들어서 입원해 있고 이런데도 제대로 돌아보지도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보살펴 드리지도 않고 간호도 그냥 대충 간병인 사가지고 그걸로 그냥 자기 할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하고 이렇게 되면 복은 달아납니다. 진정한 복은 주변에 가난한 자, 병든 자, 걸인을 내 한 몸처럼 잘 보살펴 주는 행위로 온다고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과 마음을 선용해 나가면 멋진 삶이다.◈

 

‘오온색신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을 하고’ 오온색신은 나를 얘기하는 것이죠.

불교에서는 우주가 또는 내가 오온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얘길 합니다. 오온이라는 것은 색 · 수 · 상 · 행 · 식. 즉 온(蘊)자는 쌓을 온자예요. 쌓아왔다는 겁니다. 쌓아가는 연습을 했다. 이런 소리예요. 그래서 세간의 공부는 쌓아가는 공부이고, 참선공부는 놓아가는 공부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쌓아가는 세간의 공부는 지식을 쌓고, 명예를 쌓고, 재산을 쌓고 이렇게 축적해가는 공부이고, 참선공부는 놓아가는 공부입니다. 무아연습입니다.

참선공부는 무심공부이고, 점점 알음알이를 놓아버리는 공부이고, 몸뚱이에 대한 애착을 놓아버리는 공부이어서 ‘오온색신’을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하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놓아가는 공부이고 지름길이죠.

오온이라는 것은 색 · 수 · 상 · 행 · 식이라고 말씀 드렸죠. 그중에 ‘색’은 몸뚱이를 이야기하고, 수 · 상 · 행 · 식 이 네 가지는 마음의 작용을 얘기합니다. 결국은 몸과 마음을 뭉뚱그려 ‘오온’ 이렇게 표현하는데, 그러면 수 · 상 · 행 · 식에서의 수는 감수 작용이고, 상은 생각 느낌, 행은 의지, 식은 기억. 이렇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장미를 봤어요. 꽃을 본 것은 일단 몸뚱이인 육신의 눈으로 보았죠. 그 다음 장미꽃의 크기라든가, 색깔이라든가 하는 것이 느낍니다. 바로 수. 감수 작용, 그것을 느끼고 나서는 예쁘다, 밉다. 이런 감정이 생겨나죠. 그게 상입니다. 그래서 예쁘니까 저걸 꺾어다가 내 창, 내방에다 갖다 놔야겠다하고 의지로 그걸 꺾어 내방으로 가져다 놉니다. 그게 행이예요. 그 다음에 장미꽃을 꺾어다가 내 방에 놓으니깐 예쁘고 향기가 나서 좋더라하는 기억이 남습니다. 식이예요. 그래서 마음의 작용이 수 · 상 · 행 · 식으로 작용을 하는데, 다음에도 또 갖다 놔야지 하다가 주인한테 들켜서 야단을 맞았으니 남의 것을 허락 없이 꺾어서는 안 된다하는 생각 역시 식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남겨진 식을 바탕으로 해서 또 색 · 수 · 상 · 행 · 식 이렇게 감정을 받아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온이라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통칭하는 말이고, 또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겁니다. 이것은 변화하고 있으며, 거품 같다 하며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즉 기약할 수 없는 것이죠. 이 식이라는 것도 아까 말씀드렸죠. 맨 날 꺾어 놓다가 좋다! 좋다! 이랬는데 주인한테 걸려서 엄청 맞았어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또 바뀌죠. 저걸 꺾어놓으면 엄청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꺾어서는 안 된다. 혹은 꺾더라도 주인한테 들키지 말아야 한다. 하는 인식작용. 기억작용. 이런 게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몸뚱이나 마음이나 사실은 계속 변화한다고 하는 겁니다. 그 어디에도 고정된 실체로써의 나는 없다. 항상 바로 지금 여기에서 변화할 뿐이다. 그래서 항상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오온이 있을 뿐이지 고정된 오온은 없는 겁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의 몸뚱이와 마음의 작용을 잘 선용해 나가는 것 이것보다 더 멋진 삶은 없다고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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