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민초들은 행복할까. 그렇지 못하다. 설문과 통계치가 그렇게 말한다.
세계 11등의 경제대국이라고 큰소리치는 나라에서,
부자가 돼서 행복해지려는 발버둥이 치열해질수록 정작 행복한 사람들은 적어지는 이 모순.
어쩌면 금정산 산복도로까지 밀고 올라온 아파트 군락들에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강남인지 강북인지 분별하고, 20평인지 40평인지 혹은 100평인지 분별하고, 큰 차를 타는 지 작은 차를 타는 지로 행복의 절대량을 비교하는 나라.
크다 작다, 많다 적다, 예쁘다 밉다 하면서 나와 너를 비교하고 탐심貪心을 씻지 못하는 때문일 게다.
자연히 세상은 정글이 되고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어도 더 많이 가진 놈을 보면 불행해진다.
범어사 가는 길, 어스름 무렵임에도 사람들의 그림자가 적잖다.
걷는 사람, 뜀박질을 하는 사람,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 내려오는 사람…. 문득 생각한다. 저들은 지금 행복할까?
神光不昧萬古徽猷 신광불매만고휘유
入此門來莫存知解 입차문래막존지해
사람의 본성은 만고에 불매하고 아름다운 것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을 놓아라.
- 불이문
매표소를 지나며 살짝 심통스럽던 마음이 불이문에 이르러 쿵 떨어진다.
불이不二, 우주 만물과 내가 둘이 아님을 일어주는 그 관문. 그리고 그곳에 걸린 주련.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을 놓으라.”는 글귀는 날선 칼날이다.
‘어떤 탐심에, 어떤 분노에, 어떤 어리석음貪瞋癡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쉼 없이 닦고, 닦고 또 닦으면서 이 문을 밀고 들어서기 전에 삼독에 사로잡힌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죽비일 터다.
법고소리가 경내를 가득 채운다. 둥둥 둥 두두두둥….
‘원컨대 이 종소리 모든 법계에 두루 퍼지소서. 철산지옥의 모든 어둠도 다 밝아지소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바로 깨달아 해탈하라고 스님은 그렇듯 금정산이 울리도록 법고를 두드리는 것일까.
북소리 한 번에 탐욕이 녹아내리고, 북소리 두 번에 분노가 꺼지고, 북소리 세 번에 어리석음이 깨쳐 내리느니….
법고소리를 들으며 미처 내려놓지 못한 탐욕스런 마음이 조금은 착해졌을까.
법고의 울림이 그치고 한순간 절집은 적요하다. 한 줄기 바람이 대숲을 파고든다.
죽죽 뻗어 오른 대나무들이 운다. 저렇듯 금어선원의 댓잎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동산스님은 한순간에 깨달음의 세계로 건너갔다던가, 한줄기 바람에 스적스적 몸 비비는 저 대나무들의 속삭임 하나로….
내 잔은 비어 있어 그저 물 한 방울에 그칠 뿐이나 이미 가득 채워진 법기法器였기에 한낱 댓잎의 수린거림만으로도 홀연히 넘쳐버렸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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