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빌라고 당부했었나?
부처님께서 나를 믿고 나를 따르고 내게 물 놓고 돈 놓고 밥 놓고 꽃 놓으라고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절대로 그런 말씀 하시지 않았습니다.
어서어서 도리를 깨달아 자유인으로 살라 하셨지 돈 놓고 밥 놓는 일에 관심 가지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어쩌다가 비는 전통이 생겼는지, 불자라면서 떡 해 놓고 빌고, 밥 해 놓고 빌고,
부적 만들어 베개에다 넣질 않나, 벽에 붙이질 않나, 몸에 지니고 다니질 않나…….
또 이사하려면 손損이 있느니 없느니, 방위가 어떠하니 하지를 않나, 삼재가 들었느니 벗어났느니 하지를 않나…….
참으로 걱정입니다.
누구나 눈 달고 코 달고 오관을 출중하게 갖추고 태어났으면 당당하게 살 일이지 갈대처럼,
꼭두각시처럼 남이 뭐라 한다고 거기에 휘둘리며 살아야 하느냔 말입니다.
그렇게 살면 노예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살아서 노예로 살면 죽어서도 노예가 되는데 말입니다.
불법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물 한 그릇 주시오.’ ‘옷 한 벌 주시오.’ 하고 비는 것은 기복입니다. 빌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본래부터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똥마려우면 똥을 누고 잠자고 싶으면 잠자고 자유스런 사람으로서 살아라하고
이렇게 형성이 됐는데 자유인이 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 놓고 그걸 모르는 겁니다.
이름만 그렇게 해 놓은 것이 아닙니다. 굴레에서 벗어나야 만물의 영장입니다.
몇 백 년 전과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그때는 동구 밖이 먼 길인데 지금은 천 리 길도 단숨에 갈 수 있습니다.
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안방에 앉아서 다 보고 다 듣고, 달나라에 우주선이 내려앉고 한순간에 통신이 되는 세상입니다.
아마 옛날 사람 데려다가 지금의 살림살이를 구경시킨다면 현대인은 모두 신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돌에다 빌고 나무에다 빌고 떡 해 놓고 밥 해 놓고 빌어야만 되겠습니까? 이건 완전히 초점이 빗나간 일입니다.
자신들의 그 뛰어난 능력은 다 어떻게 하고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꿀 줄 모르고 그 짓을 한대서야 말이나 되겠습니까?
지금 시대엔 지금에 맞게 마음 도리를 공부해야 합니다. 마음은 빛보다 더 빠르니까,
한 생각에 어디든 눈 깜짝할 새에 오고 갈 수 있으니까 과학도 뛰어넘는 그런 공부를 해야만 합니다.
무조건 자기는 비천하게, 낮게 생각해서 쑥 빼놓고 부처님만 위로 받들어 모신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백날이 가도 부처님 속에 한자리 하지를 못합니다.
어떤 상대이든 무엇을 보더라도, 낮게도 높게도 보지 말고 평등하게, 나와 둘이 아니게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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