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대화

대주 혜해스님(제방문인참문어록 중)

혜주 慧柱 2019. 6. 9. 13:08


한 스님이 물었다.
“만 가지 법은 모두가 공하고 의식의 성품도 그러합니다.
마치 물거품이 한번 흩어지면 다시 모이지 못하는 것 같아, 몸이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합니다.
이것이 공이니 어디에 다시 의식의 성품이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거품이 물로 인하여 있기 때문에 거품이 흩어지면 물이 없다 해야 옳겠구나.
그러나 몸은 성품을 인하여 있거늘 몸이 죽는다고 어찌 성품까지 없어지겠는가?”

“성품이 있다면 내어 보여 주십시오.”

“그대는 내일 아침이 있으리라는 것을 믿는가?”

“믿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을 갖다 보여 다오.”

“내일 아침은 분명 있는 것이나 지금은 얻을 수가 없습니다.”

“내일 아침을 얻을 수 없다 해서 내일 아침이 없지는 않으니라.
그대 스스로가 성품을 보지 못했을지언정 성품이 없다고는 못한다.
그대는 지금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고 하며 마주 보면서도 알지 못하니, 참으로 어리석다 하겠다.
그대는 내일 아침이 오늘과 다르지 않음을 보고자 하는가.
성품을 가지고 성품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만겁을 지나도 끝내 보지 못하리라.
또 소경이 해를 보지 못한다 해서 해가 없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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