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대화

아직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혜주 慧柱 2019. 3. 2. 22:52

아직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요즘 날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다. 뭐랄까, 딱히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든가 같이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가서도 굳이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때를 쓴다든가 하는데, 이거 아무래도 위로 같다. ,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열심히 살지 않겠다.”라는 선언이 사람들에겐 인생을 포기하겠다.”라는 말처럼 들린 모양이다. 언제부터 열심히 살지 않으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 되어버린 걸까?

열심히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얼핏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 열심히 사는 걸 강요당해도 찍소리 못 하는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받은 만큼만 일한다.’

퇴근 시간을 지킨다.’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을 찾아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했다간 온갖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다.

이게 최선인가요? 제가 보기엔 열정이 부족한 것 같군요.”

당신, 이 일을 너무 쉽게 보는군. 당신 말고도 이 일을 원하는 사람은 많아.”

이렇게 요령이나 부리고 있고, 정말 한심하군요.”

모두가 열심인 세상에선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지 않은 내가 잘못한 거다.

 

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내 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들을 얻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그 많은 걸 바란다고? 간절함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만약 이런 이유로 그것들을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마음을 포기가 아니라 무심함이라 부르고 싶다. 원하지만 가지지 못해도 괜찮은, 가지면 좋지만 가지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닌,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 않은 그런 마음이고 싶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건 일을 안 하거나 돈을 벌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은 노는 게 좋아서 노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난 일하고 돈을 벌 것이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만 한다.

 

, ‘열심히의 논리 때문에 내 시간과 열정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 때문에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적어도 1년에 3, 4개월은 온전히 내 시간으로 갖고 싶다. 그러면서도 생활은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런, 욕심이 너무 과한가?

자유로운 내 시간은 이미 올해 목표치를 채웠다. , 돈만 벌면 된다. 많은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만 가능한 돈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일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을 때 딱 들어오는 게 아니라 요즘은 일이 없다. 아무래도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미 열심히 살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 역시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은 무리였나.

속단은 이르다. 자유와 돈 둘 중 하나라도 가득 채웠으니 절반은 성공이다. 아직 1년이 안 되기도 했고(내 통장에는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돈이 들어 있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다시 열심히 살 각오도 되어 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데 별수 있나? 생존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진 이 무모한 도전을 계속해볼 생각이다. 그때까지 위로는 사양한다. 내가 정말 망하거든 그때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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