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어떤 법사가 물었다.
“염불은 형상 있는 대승인데, 선사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형상이 없어도 대승이 아니거늘, 하물며 형상이 있는 것이겠는가.
경에 말씀하시기를, ‘형상을 취하는 범부에게는 그 상황 따라 말해준다.’하셨다.”
또 물었다.
“정토(淨土)에 태어나기를 원하는데, 실제로 정토가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경에 말씀하시기를,
'정토를 얻고자 하면 그 마음을 맑게 하라. 그 마음이 맑아지면 부처님 국토도 맑아진다.'
하셨다.
마음이 청정하면 있는 곳마다 모두가 정토이니,
마치 왕의 집에 태어난 아들은 결정코 왕의 지위를 이어 받는 것 같이,
마음을 일으켜 불도를 향하면, 이는 부처님 정토에 나가는 것이다.
만일 마음이 부정하면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가 더러운 국토이니,
더럽고 깨끗함은 마음에 있고 국토에 있지 않다."
또 물었다.
“매양 도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데, 어떤 사람이 볼 수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지혜의 눈이 있는 이가 본다.”
“대승을 퍽 좋아 하는데, 어떻게 배워 얻을 수 있습니까?”
“깨달으면 얻고 깨닫지 못하면 얻지 못한다.”
“어찌하여야 깨닫습니까?”
“자세히 관찰하기만 하라.”
“무엇과 비슷합니까?”
“비슷한 물건이 없다.”
“그러면 끝내 공하겠군요.”
“‘공’에는 끝내랄 것이 없다.”
“그러면 있는 것이겠습니다.”
“있으되 형상이 없다.”
“깨닫지 못할 때엔 어떠합니까?”
“대덕 스스로가 깨닫지 못할 뿐이요, 아무도 막을 사람은 없다.”
“불법이 세 살피[三際; 겉, 안, 중간]에 있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현재는 형상이 없어서 밖에 있지도 않고 응용이 무궁하여 안에 있지도 않으며,
중간에 머무를 곳이 없나니, 세 살피를 얻을 수 없다.”
“그 말씀이 퍽 혼돈스럽습니다.”
“그대가 바야흐로 혼돈하다는 한마디를 할 때엔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제자는 더듬고 찾아도 안 팍은 자취가 없습니다.”
“자취가 없다면 위에서 말한 것이 혼돈치 않음을 분명히 알라.”
“어찌하여야 부처가 되겠습니까?”
“마음이 부처이니, 이 마음으로 부처가 된다.”
“중생이 지옥에 들어가면 불성도 들어갑니까?”
“지금 바로 악을 향할 때 선이 따로 있는가?”
“없습니다.”
“중생이 지옥에 들 때에 불성도 그렇다.”
“온갖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는데, 어떠합니까?”
“부처의 작용을 하는 것이 불성이요, 도적이 되었을 때엔 도적의 성품이요,
중생의 작용을 하면 중생의 성품이니,
성품은 형상이 없는 것이나 작용에 따라 이름을 세운다.
경에 말씀하시기를,
‘온갖 성현들은 모두가 하염없는 법에 의하여 차별이 있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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