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문인참문어록과 부처님말씀등

5,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해 있다.

혜주 慧柱 2006. 12. 25. 17:04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해 있다



이렇게 괴로움과 불만족에는 원인이 있고, 또 그것을 없앨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 사실들을 이해하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이 연기(緣起)입니다. 쉽게 풀면 모든 것들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서로 조건 지어 생겨난다는 가르침이지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저것이 생겨나면 저것도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없어진다.


이 가르침의 요점은 모든 것들이 서로 이렇게 의존하고, 또 서로 조건 짓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변하지 않은 하나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서로를 조건 지으며, 또 서로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괴로움과 불만족이라는 것도 그런 의존적인 조건 지음에 의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 조건들을 없애면 자연히 괴로움과 불만족도 없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무지와 욕망 또한 조건 지으며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있게 된 조건을 없애면 무지와 욕망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서로 조건 짓고 있다는 가르침은 매우 간단합니다. 또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아주 명쾌하고도 단순한 진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의존적인 조건 지음의 사실을 망각하고, 어떤 절대적인 하나가 다른 것들을 만들거나 지배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달려가기 쉽습니다. 나와 어떤 사람이 관계를 맞고 있을 때, 그 사람이 그렇게 있는 모습은 나와의 관계 속에서 그런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이렇게 있는 것이 그 사람을 그렇게 있게 하는 것이지요. 또한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있는 모습에도 그 사람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내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부정하고, 어떤 일의 원인을 단지 어떤 하나에서 찾으려 합니다. 사회가 잘못된 것은 나와의 관계 속에서 그런 것인데, 자기는 쏙 빠진 채 무턱대고 비난하기만 합니다. 살펴보면 내 속에 잘못된 사회를 만든 어떤 조건이 이미 있고, 또 자신이 비난하는 잘못된 사회의 모습이 이미 내 속에 침투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내 불행을 전적으로 외부의 어떤 원인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의존하고 조건 짓고 있다는 사실을 바르게 드러내는 연기의 가르침을 알고 나면 무조건 “네 탓이야!”하는 원망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 탓이야!”도 아닙니다. 서로서로 조건 짓고, 의존하는 관계 속에 너와 나는 이런 모습으로 있으며, 그렇게 세상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이렇게 서로서로를 조건 짓고 있는 관계는 끝없이 이어 갑니다. 결국 온 세상이 서로서로를 조건 짓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있는 것에도 온 세상이, 온 우주가 조건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인드라 망 연기라는 것은 이러한 관계를 비유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인드라 망이란 제석천의 인드라 천신이 갖고 있는 온 누리를 덮는 그물입니다. 그 그물은 그물코마다 맑은 보배구슬이 달려 있어서 하나의 구슬에 다른 구슬의 모습이 비치고, 그 비친 모습이 또 다른 구슬에 비치고, 또 비치기를 거듭하여 하나의 구슬 속에 모든 구슬의 모습이 비쳐 들어오게 된다고 합니다. 또 모든 구슬이 그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의 구슬을 들어도 모든 구슬이 들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것들도 그 하나하나의 구슬과 같습니다. 모든 존재는 그 속에 자기를 포함한 모든 존재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너’ 속에 ‘나’가 있고, ‘나’ 속에 ‘너’가 있습니다. ‘나’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 모든 존재 속에 ‘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세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며, 끝없이 서로 의존하는 관계 속에 있는데, 내 마음대로 고정된 것으로 단정하였을 뿐입니다. 세계와 내가 따로 떨어진 것으로 보는 뿌리 깊은 나의 습성이 이 사실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놀랍습니다. 내 눈을 가린 어둠이 걷히고 세상의 참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기쁨이 가슴에 넘칩니다. 이렇게 눈을 뜬 것만으로도 나는 그동안 나를 괴롭힌 많은 것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된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어떤 선입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