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의 파도 속에서
마음 닦는다는 것이 한가한 시간에 절에 와서 좌선을 한다던지 바쁜 것을 잊어버리고 잠깐 생각을 쉬고
마음을 살펴보는 것도 큰 뜻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항상 고요하게 앉아 있는 속에서만 생활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람의 생활이라는 게 행주좌와, 조용히 앉아 있을 수도 있고, 남을 상대해서 많은
말을 할 수도 있고, 움직이고 활동할 수도 있는 것처럼 온갖 복잡한 생각 속에서 사는 게 우리 생활입니다.
인간의 거리라는 게 감정의 거리라고 하듯이 살다보면 별별 감정이 다 일어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소화시키면서 사는지 제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복잡하고 억센 파도를 어떻게 무사히 헤쳐 나와서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합니다.
여름철이면 가끔 바다에 수영을 하러 나가는데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파도가 치고 있으니까 아무리 수영을
잘 하는 사람도 억센 파도 속에 들어가면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 물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먹을
때 기분이 좋습니까? 물 한 모금 먹고 나면 "아차" 그러거든요. 수영하다 익사하는 것은 억센 파도 때문에
힘이 빠져서가 아니라 대개 파도가 계속 치다보니까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다 보니 물을 한 모금 한 모금 먹게 됩니다. 그때 생각이 아찔하거든요.
잘못하면 이때 당황해서 정신이 나갑니다. 여기서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생각해도 숨을 쉬어야 하는데
숨을 못 쉬니까 점점 마음이 다급해지지 않겠어요? 그럴 때 어쩌면 될까, 숨을 쉬는 것을 포기하는
겁니다. 숨 쉴려고 하는 그 구하는 마음, 구하는 마음이 있으면 괴롭다하는 말이 있듯이 구하는 것이 되지
않으니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죽자'하는 것이 아니라 물 속에 몸을 쭉 뻗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몸이 파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숨쉬는 것을 포기했으니까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10분 20분이 아니라 불과 10초, 길어봐야 20초입니다. 20초 숨 못 쉬었다고 죽지는 않죠.
몸이 파도에 둥둥 떠다니면 그런 중에도 틈이 있다 이겁니다. 1/10초라도 숨을 잠깐 쉬면 사는 겁니다.
아무리 파도가 쳐도 공기가 들어오는 틈이 있습니다. 그때 숨도 쉬고, 물도 먹고 하다보면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기고 어디로 가야 빠져 나올 수 있는지도 보이게 됩니다.
그것처럼 사람이 살아 나가는 것도 역시 감정의 파도 속에서 사는 게 아니겠어요. 격한 감정이 올라올 때,
'아, 이러다가 죽겠구나, 정신차려야겠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남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놔 버리면 남이
무슨 소리를 해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남이 한 소리를 두고두고 풀지 못해서 한이 맺히는 사람이 있어요. 그걸
무슨 보배라고 가지고 있느냐는 겁니다.
"그게 어디 놓아집니까?"
"놓으려고 노력이라도 해봤는가."
놓으려고 애써 보았는데도 안 놔지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가만히 있으면 자꾸 생각이 나니까 무슨
일을 한다던지 한바탕 놀다오던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겁니다. 집착하다 보니까 못 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조용한 가운데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생활하는 가운데 움직임을 통해서 마음에 쌓여
있는 이것을 밀어내는 것입니다. 무엇을 밀어냅니까? 혼침과 산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