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문인참문어록과 부처님말씀등

한 바탕 해 보아라!

혜주 慧柱 2005. 6. 2. 21:18

☞한바탕 해 보라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으면 원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놓고 본 즉 앞에 소리가 나면 소리인 줄 알고 찬 것이 오면 찬 줄 안다 이겁니다. 본래 마음이기 때문에 저절로 아는 것입니다.

 

소리인 줄 안다해서 마음이 소리가 아니고, 찬 것을 안다고 해서 마음이 찬 것은 아닙니다. 모양 있는 것을 안다고 해서 마음이 모양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모양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고, 찬 것도, 더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체가 나타나면 나타난 줄 알고 소리가 나면 소리인 줄 아는 것입니다. 찬 것을 통해서 물건이 아닌 줄 알고, 찬 것을 통해서 내가 찬 것이 아닌 줄 아는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허공과 같되, 허공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이 정도쯤은 수없이 들어와서 거의 앵무새 외우듯이 줄줄 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시원하게 깨달아야 하는데‥‥.'아, 그 말이 맞다. 말만 들어도 시원한데 깨쳤는가' 하고 스스로 돌아보면 그래도 뭐가 조금 덜 된 게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 의심뿌리가 말끔하게 없어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주 작은 것도 남아있지 않게 다시 한바탕 해 보라 했어요.

 

정말 깨달았다 하면 의심뿌리가 일체 녹아 버립니다. 완전히 의심뿌리가 녹지 않은 상태에서는 편안할 때는 괜찮은데 일에 부딪히고 분주한 속에 들어가면 또 생각이 어지러워집니다. 확실히 마음을 알고 깨달았다면 고요할 때는 고요와 하나가 되고, 시끄러울 때는 시끄럽고 분주한 것과 하나가 됩니다. 왜 그렇겠어요? 내 마음은 형체가 없으니까 분주한 속에 들어가면 분주한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입니다. 그리고 분주한 것이 지나고 나서 고요한 모습이 오면 고요한 모습이 곧 내 모습입니다. 그러면 나는 분주한 모습과 고요한 모습, 두 가지란 말인가? 어떤 것이 나 인가? 둘 다 내가 아니다 이겁니다. 둘 다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 목전에 왔을 때 그것이 곧 자기 모습입니다. 물체를 통해서 내가 아닌 줄 안다 이겁니다.

 

이런 것을 확실히 알고 의심의 뿌리가 빠져 버리면 일만 경계에 대해서 하나가 됨과 동시에 일만 경계가 다 자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흔들림이 없습니다. 흔들림이 없다해서 꼼짝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건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시끄러울 땐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면 '저 사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울기도 하고 화도 내기도 하고 우리와 똑같이 마음속이 요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울고, 웃고, 화냈다고 해도 울은 게 아니고, 웃은 게 아니고, 화낸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은 나타난 모양만 봤지 모양이 아닌 실제 나를 못 본 것입니다. 거울에 색을 비춰보는 것처럼 파란색을 비춰보면 거울 전체가 파란색이고, 흰 색을 비춰보면 거울 전체가 흰색입니다. 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울은 결코 파란색도 흰색도 아닙니다.

 

"흰색이 비칠 때는 거울 전체가 다 흰색인데 왜 흰색이 아니라 합니까?"

 

"자네는 거울에 비친 흰색만 보았지 아직 거울까지는 보지 못했구나."

 

거울을 안 사람은 '비록 거울이 지금 흰색이지만 거울은 흰 것이 아닙니다.' 하는 말이 나옵니다. 그와 같이 마음 자체는 화냈다고 화낸 모양에 물들고, 웃었다고 웃는 모양에 물드는 법이 없습니다. 자유자재로 나타났을 뿐인 것입니다. 마음을 확실히 알았다면 그때그때 자기의 뜻에 따라 하고싶은 대로 할 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집착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잡고 못 놓지만, 일단 놓은 사람은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근사치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깨달았다고 하기에는 좀 미안하고, 못 깨달았고 하기에는 좀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알긴 아는데 확실하게 아는 지에 대해서도 좀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바탕 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뭔가 미지근한 게 남아있다면, 무엇이 확실하지 못한 것인지 그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의심이 잘 안 난다고 하는데 의심이 안 나면 된 거지요. 그러나 정말 확실히 알아서 의심이 안 나는지 그것을 한번 따져 봐야죠.

 

우선 간단하게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고 하는데 어데서 왔는가?" 이 물음을 확실히 안다면 됐고, 모르면서 의심이 안 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니겠어요. 또 '사람이 죽어서 간다면 어데로 가는가?' 하고 물어보면, 참 그렇죠, 인생이 뭔지, 우리가 어데서 와서 어데로 가는지 전생이 있는지 내생이 어디 있는지, 정말 오리무중 아니겠어요? 이런 것을 모르면 의심이 안 날 수 없겠지요. 이것을 의심이라고 합니다.

 

"마음을 깨달은 사람은 전생도 알고 내생도 안다면서요?"

 

"그럼, 알지."

 

"우리는 도대체 어데서 와서 어데로 가는 겁니까?"

 

"답은 간단하지만 내 말을 듣고서 알지도 못하면서 이치로 따져서 말에 함부로 넘어갈 것 같다."

 

"그래도 좋습니다. 말에 넘어가지 않을테니까 알으켜 주십시오,"

 

"내가 언제 왔느냐. 나는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면 지금 현재 있는 이것은 뭡니까?"

 

"이것이 여기에 있다고 해서 어디서 온 줄 아는가. 너는 오고 가는 것 밖에 모르는가."

 

그래서 오되 온 바 없고 가되 간 바 없다고 합니다. 실컷 들어도 들은 바 없고, 화내도 화낸 바가 없는 것입니다. 성내고 싶은데 성내면 안되겠다 해서 못 낸다면 그것이 성낸 것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성내면 그만이지 남는게 어디 있습니까. 남을까봐 성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해됩니까? 거울에 노란 것을 비추면 노랗게 물들까봐 못 비춘다면 그것은 거울도 아니고 아직 거울의 성격도 모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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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혜주입니다. 또 "지유"스님의 말씀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오는 6월 5일은 스님의 설법있는 날입니다.

매월 첫째 일요일 한번이랍니다.

먼데 계시는 분은 힘드시겠지만 부산과 근교에 계신는 분은 재물로도 가질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되실 것이니 좋은 인연 맺기를 기대해 봅니다.

단지 몸만 가지고 오시면 좋은 말씀듣고 하산할 수 있습니다.

장소는 범어사 원효암이고요

범어사 매표소에서 문의하시면 아마도 친절히 안내할 것이라 믿습니다.

약 30분 산을 올라야 합니다.

점심 공양이 참 맛있습니다.^^ 부처님되세요.

 

혜주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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