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온광대덕(韞光大德)이라는 이가 물었다.
“선사께서는 태어나신 곳을 알고 계십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일찍이 죽지도 않았는데 어찌 태어남을 의논하랴. 나는 것은 곧 나지 않는 법임을 안다면, 나는 법을 여의고 남이 없음을 말하는 것도 없는 것이다. 조사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남이 곧 나지 않음이라’하셨다.”
“성품을 보지 못한 이도 그렇게 됩니까?”
“스스로 성품을 보지 못했을 뿐이요, 성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슨 까닭이겠는가? 보는 것이 곧 성품이니, 성품이 없으면 보지 못한다. 아는 것[識]이 곧 성품이므로 알음알이[識]의 성품이라고 하고, 깨닫는 것이 곧 성품이므로 깨닫는 성품이라고 하고, 만법을 내므로 법성이라 부르며, 또는 법신(法身)이라고도 한다. 마명조사(馬鳴祖師)께서 말씀하시기를, ‘법이라 함은 중생심(衆生心)을 말함이라. 마음이 나면 온갖 법이 나고, 마음이 나지 않으면 온갖 법도 나지 않아 이름조차도 없다.’고 했다. 미혹한 사람은 법신이 형상이 없으나 물건에 따라 형상을 나타내는 것임을 모르기 때문에 푸른 대숲을 보고는 법신이라 하고, 울울한 황화(黃化)는 모두 반야라 한다. 황화가 반야라면 반야는 곧 무정물(無情物)과 같은 것이요, 푸른 대가 법신이라면 법신은 곧 초목과 같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죽순(竹筍)을 먹으면 모두가 법신을 먹는 것이니, 이런 말이야 들어 둘 필요나 있겠는가? 마주 대하고서도 부처를 몰라보고 영원한 겁을 희구하며, 전체의 법 안에서 미혹하여 밖으로 향하여 찾는구나. 그러므로 도를 아는 이는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으나 누우나 모두가 도요, 법을 깨달은 이는 종횡으로 자재하여 법 아닌 것이 없다.”
대덕이 또 물었다.
“허공이 영특한 지혜를 냅니까? 참 마음이 선과 악에 반연됩니까? 탐욕을 부리는 사람이 도입니까? 옳고 그름에 집착된 사람이 나중에 마음이 통합니까? 경계를 당하여 마음을 내는 사람에게 선정이 있습니까? 적막에 머무른 사람에게 지혜가 있습니까? 남에게 오만한 생각을 품은 사람에게 ‘나’가 있습니까? ‘공’과 있음에 집착된 사람에게 지혜가 있습니까? 글줄을 따지면서 증득하기를 구하는 사람과 고행으로 부처를 구하는 사람과 마음을 집착하여 부처라 하는 사람들을 모두 도라 하겠습니까? 선서께서 낱낱이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허공은 영특한 지혜를 내지 못하고, 참 마음은 선과 악을 반연치 않고, 탐욕이 깊은 이는 근기가 얕고, 시비를 서로 다투는 이는 통하지 못하고, 경계를 당하여 마음을 내는 이는 선정이 적고, 적막에 빠져서 기틀을 잊은 이는 지혜가 침체되고, 중생에 오만하여 도도한 생각을 품는 이는 모두 어리석고, 글줄을 따져 증득하려 하는 이는 더욱 막히고, 고행으로 부처를 구하는 이는 모두 미혹하고, 마음을 떠나서 부처를 구하는 이는 외도이고, 마음을 집착하여 부처라 하는 이는 마귀이다.”
대덕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필경에 아무 것도 없겠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필경에 대덕이니라. 그러나 필경에 없는 것은 아니다.”
대덕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절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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