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술+참선곡, 행불어록

자유인의 길 8,

혜주 慧柱 2006. 6. 25. 17:19

* 경계라는 것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많은 사건 사고(경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 경계는 밖으로부터 오는 것도 있고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경계가 어디서 일어났든 결국에는 그 경계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입니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경계들도 우선은 내가 거기에 있음으로써 겪게 되는데, 내가 겪게 되는 경계란 결국 내가 수 억겁 전으로부터 지어온 것의 결과로서 나의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제의 업이 경계가 되고 오늘의 경계가 업이 되어 내일의 경계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경계 속에서 그것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고, 미워하거나 사랑하고 한다면 그 경계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무게를 보태어 미래라는 창고에 저장되었다가 나를 향해 안팎으로 다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경계가 경계로 되는 것은 바로 거짓 자기 때문이니, ‘’ ‘나의 것이라는 관념이 없다면 그 어떤 경계고 맑은 거울에 비친 풍경과 같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가온 경계에 쩔쩔매지 마십시오.

 

나쁜 환경이란 사실은 나를 가르치려는 주인공의 다른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환경에 치여서 본래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변명이 될 수도 없고 당연시되어서도 안됩니다. 그것을 알고 보면 주인공의 배려이니 그렇게 해서라도 나를 가르치려는 그 사랑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아니 지나치다 그렇지 않다 할 것도 없지만 역경계가 닥쳤을 때 공부하는 바가 더 많습니다. 고로 역경계가 닥치거든 공부하는 기회로 알고 넘기도록 해야 합니다. 넘기 힘든 고개가 넘고 나면 더 보람된 법입니다.

 

경계를 묵연히 수용하다 함은 참는 마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계조차도 본성이 공하다 는 것을 알고, 또 그 경계는 자신이 유발한 것임을 알고, 나아가 그 경계란 곧 나를 단련시키기는 길잡이로서 나는 그것을 통해 진화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지 억울하지만 꾹 참고 나아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계를 마음으로 거부하지 않는 것이 불자의 묵연한 자세인 것입니다.

 

가령 시간에 대지 못해서 차를 놓쳤더라도 못 탄 것도 법입니다. 차는 다시 오게 되어 있으니까 발을 동동 구르고 애태울 게 아니라 턱 놓아 버리십시오. 차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인생살이에서 꼭 그것이다.’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누가 내게 욕설을 했을 때 네가 그랬지, 어디 두고 보자.’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그를 상대했기 때문에 들은 것이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면 들을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욕설도 나왔고 듣기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가 쑥 빠지고 일체는 나의 근본 자리에서 한 것이니 사량의 나로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하면 대꾸할 일도 분개할 일도 없게 됩니다. ‘주인공, 네가 들었으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맡게 버리십시오.

 

유혹을 받을 때, 경계에 부닥쳤을 때, 얼른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얼른 그 유혹하는 마음, 경계에 끄달리는 마음을 주인공에게 넘겨 버려야 합니다. ‘당신입니다. 당신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하고 즉시 주인공에게 맡겨 놓는 순간 끄달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용광로이기에 모든 번뇌를 티끌 한 점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다 녹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탓하기 이전에 나를 한번 돌아보아 나의 탓으로 돌려서 주인공에 맡겨 놓고, 그 사람의 주인공과 나의 주인공이 둘이 아니니 모든 문제를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한 생각을 내었을 때 상대방의 차디찬 마음이 스스로 녹아져 버리고, 나에 대한 나쁜 감정도 없어져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싹트게 됩니다. 그러니 언제나 평등한 마음으로 상대를 웃음으로 대하고 아무리 나쁜 마음 행동으로 다가와도 내 부족할 때의 모습이며 내가 지금 이 생만 사는 것이 아닌 까닭,”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 형제, 자식들이 섭섭하게 하고 잘못하는 점이 있더라도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며,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을 주인공에 맡기고 부드러운 말로써 진실하게 다가가면 곧 온 가족이 화합하게 되어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혹시 자식들이 공부도 안하고 말썽만 피운다 할지라도 말로써 고치려 말고, 이것 또한 주인공에 맡게 놓고 자상하게 대하면 자식과 나의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겠지만 하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면서 자기가 한 일을 알아서 할 수 있는 착한 자식의 모습으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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