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대화

모든 것은 한때이고 변합니다.

혜주 慧柱 2018. 5. 12. 17:40





모든 것은 한때이고 변합니다. (諸行無常, 諸法無我)

그러므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고, 가장 확실한 공간도 여기입니다.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와 대면하고 있는 당신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들은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걱정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아무런 소용없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들에 대하여 청운의 꿈을 가져 본들 나에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과대망상만 증장시킬 뿐이지요.

그러나 걱정과 계획은 다르니, 계획은 세워야 합니다. 이를 불가에서는 계획이라는 말보다는 ‘서원을 세운다.’라고 합니다. 서원을 세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요.
“불교에서는 항상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없애라. 이렇게 말하는데,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욕심 없이 살 수 있겠습니까?”
정녕 그렇겠습니까? 이건 어떠세요? 욕심을 없앤 그 자리에 서원으로 채우는 것은……, 즉 서원으로 다른 것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꽉 채우라는 것이죠.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하는 것은 욕심이고, 나와 남, 나아가 모두를 위하는 것이 서원입니다. 그래서 욕심은 없애야 하고 서원은 세워야 합니다.
‘일체 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겠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다 서원입니다.

‘그냥 연(緣)따라 살지 뭐, 부처님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 내가 포교하지 않아도 스님들(다른 불자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이런 생각은 불교를 잘못 알고 있고 서원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참다운 불자가 아닙니다.
강조하지만 불자는 욕심을 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서원마저 없어서도 안 됩니다.

서원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염세적이며 허무주의적인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경쟁 사회 속에서 도태되기 십상이지만, 서원을 세우면 원력이 생기고,
사람이 뭔가를 하고자 할 때는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원을 세우니까 열심히 살게 되고 인생을 즐기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金剛經 第十 莊嚴淨土分에서는 應無所住 而生其心(응무소주 이생기심),
즉,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하신 것입니다.
마음을 내라는 것은 서원을 세우라는 뜻입니다. 서원을 세워서 열심히 살되 머무는 바 없이 하라는 것은 애착을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숫타니파타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원은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일체 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하지만 일체 중생을 언제 다 제도하겠습니까? 그러니 과정은 즐기고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또 서원은 능동적이어야 하는데 오래토록 쌓여진 습(習)에 의해서 쉽게 능동적으로 되기가 그리 만만치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겠습니다.’하고 서원한다면 자꾸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푸는 연습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한때입니다. 그러니 걱정할 시간에 기도하는 것, 기도해서 자력도 충실하고 타력도 충실히 가피를 받아서 헤쳐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불교의 올바른 신앙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