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대화

山堂靜夜 (산집 고요한 밤)

혜주 慧柱 2021. 3. 2. 19:50

山堂靜夜坐無言 寂寂寥寥本自然
何事西風動林野 一聲寒雁唳長天
                                                -출전 『금강경 오가해』 야보 도천

산집의 고요한 밤에 홀로 앉았으니
쓸쓸하고 적막하기 자연 그대로네
무슨 일로 서풍은 잠든 숲을 흔들어서
한 소리 찬 기러기 장천을 가게 하는가.

◆ 주
· 山堂(산당) : 산집
· 靜夜(정야) : 고요한 밤.
· 寂寂(적적) : 외롭고 쓸쓸하다.
· 寥寥(요요) : 적막한 모양, 텅 비어 넓은 모양.
· 何事(하사) : 무슨 일로, 어째서, 무엇 때문에.
· 西風(서풍) :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하늬바람, 가을 바람.

◆ 해설
새벽 쇳송(종을 치며 외우는 염불)으로 널리 알려진 게송이다. 새벽 샛별이 차갑게 깃 치는 걸 보며 얼음물에 눈 씻고 앉아 이 시를 외우며 쇠북(종)을 울리면, 그 울림의 끝을 따라 나 자신도 저 머나먼 서쪽 나라(西方淨土)로 가고 있는 듯하다. 내 어린 날은 그런 꿈속에서 자랐다. 그런 그리움 속에서 여물어갔다. 그 새벽종 소리의 슬픈 여운은 지금도 내 가슴에서 울리고 있다.